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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조 모(20) 씨는 '인간 판사와 AI 판사 중 누구에게 재판을 받겠는가'라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반면 대학생 주 모(21) 씨는 "내가 피고인이라면 인간 판사를 선택하겠다"며 "나의 상황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판결을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AI 기술의 확산과 사법 불신 등으로 AI 판사의 인간 판사 대체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중략
법조계도 AI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AI 알고리즘 자료를 근거로 형사 재판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한 하급 법원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한국 대법원은 2021년 시행을 목표로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소송 도우미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 "판사, 과중한 업무 부담 줄이면 더 충실한 재판 가능"
AI는 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판사들이 업무 부담을 줄이면 중요 사건이나 민감하거나, 복잡한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더 정확하고 공정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6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은 1천897만8천570건이며, 본안사건은 152만3천108건이었다.
판사 1인당 본안사건 수가 많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경우 판사 1명이 본안사건 975건을 담당했다.
변호사들은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서 재판 심리의 충실화, 법원의 업무 과중 문제 해결, 재판 지연 문제 개선 등을 위해 현재보다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사 수가 2008년 8천877명에서 2017년 2만182명으로 127.3% 증가했지만, 법관은 같은 기간 2천351명에서 2천997명으로 27.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동균 판사는 지난 6월 열린 'AI와 법률시장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법원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데이터를 AI 기술로 처리할 수 있으면 법관 업무가 경감된다"며 "이를 통해 법관이 법정에서 더 충실하게 재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국민 10명 중 6명 "사법부 재판 신뢰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판사를 아예 AI로 대체해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간 판사에게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 AI가 판결을 내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청원이 올해에만 60건 가량 올라왔다.
최근 '사법농단'으로도 불리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의혹은 물론 대법원의 비자금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진 탓이다.
지난 6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국민 10명 가운데 6명꼴로 사법부 재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피고인의 범행 동기, 나이, 사회적 신분, 범행 정도가 비슷해도 판결 차이가 클 때가 있다.
어떤 변호사를 선임했는지, 어떤 성향의 판사로부터 재판을 받았는지 등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것이다.
판사들은 개별 사건마다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판결을 일괄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피고인의 가족은 "비슷한 정도로 범행에 가담했고 검찰의 구형도 비슷했는데 판결은 차이가 컸다"면서 "사건 관련 자료를 입력하면 유·무죄와 형량을 제시하는 계산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지만 판결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낀다"며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오로지 법에 입각한 판결을 할 수 있는 AI로 판사의 역할을 대체해달라"고 말했다.
다른 청원인은 "인공지능에 법에서 필요로하는 모든 자료를 입력하고 모든 판결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루어지길 건의한다"고 적었다.
◇ "AI 판사 등장 막기 어려워"
AI 판사의 등장은 현실성이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AI 판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법원이 같은 해 10월 개최한 '제4차 산업혁명과 사법의 미래' 국제법률심포지엄에 참석한 오렌 에치오니 미국 앨런인공지능연구소장과 로만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대 사이버보안연구소장은 "AI가 고도로 발달하면 결국 판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AI가 등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AI 판사는 미완성이지만 현재진행형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CL)과 셰필드대,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인공지능 판사가 인간 재판의 결과를 79%의 정확도로 예측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이 인공지능 판사가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인권 조항 제3조(고문 및 비인간적 대우·처벌 금지), 제6조(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그리고 제8조(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와 관련된 판례 584건을 토대로 훈련받았다고 밝혔다.
판례 584건에 대해 법적 증거, 도덕적 판단 등을 고려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만들어 적용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변호사의 일부 영역은 이미 AI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가 미국로펌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에 채용돼 파산 전문 변호사의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로스는 1초당 10억건이 넘는 법률문서를 검토, 분석한다.
◇ AI판사 시간걸려…AI 통한 판결 위험할 수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AI가 판사를 대체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슷한 판례를 검색하는 기계학습기법을 이용해 AI가 판사처럼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최종판단은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최용석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기계는 책임, 도덕적 문제, 법률적 문제 등을 고려하지 못한다"며 "전적으로 AI에 판결을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인간은 정량화를 하지 않고 결정,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수치로 표현한다"며 "그 수치가 오류가 날 수도 있고, 그 안에 도덕적이고 감정적인 가치 판단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을 통한 판결의 위험성이 드러난 사례가 있다.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인 '프로퍼블리카'는 범죄자의 가석방, 보석금, 형량 등을 결정할 때 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을 알려주는 '콤파스'라는 프로그램의 판단 결과를 분석했다. 콤파스는 미국 일부 주들이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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