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방기하네요~!
[애니멀피플]
하루 활동시간의 4분의 1을 털 고르기에, 핵심은 주걱 모양 돌기
290개 돌기가 침 빨아들여 피부에 전달…피부 온도 17도 떨구기도
털을 고르는 고양이. 청결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혀의 돌기는 청결뿐 아니라 체온조절에도 중요한 ‘만능 도구’이다. 캔들러 홉스, 조지아 공대 제공.
고양이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깔끔한 동물이다. 보통 하루에 2시간 반을 털 손질(그루밍)에 보낸다. 하루 14시간을 자는 고양이로서는 활동 시간의 4분의 1을 털 손질에 바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그루밍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까. 혀에 난 뻣뻣한 돌기는 무슨 구실을 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렉시스 노엘과 데이비드 후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자들은 20일 미 국립학술원회보(
PNAS
)에 실린 논문에서 “고양이의 혓바닥 돌기는 피부에 침을 바르는 다용도 도구”라고 밝혔다. 이들은 실험과 이론 작업을 통해 털 고르기의 핵심 부위인 혓바닥의 돌기가 그동안 알려진 ‘딱딱한 원뿔’이 아니라 ‘속이 빈 주걱 모양’이며 “털 깊숙이 침을 효과적으로 밀어 넣어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더울 때 체온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혀의 확대 사진. 혀 끝부분에는 침을 바르는 기능을 하는 속이 빈 돌기가 놓여있고 목구멍 쪽에는 작고 부드러운 다른 형태의 돌기가 나 있다. 알렉시스 노엘, 조지아공대 제공.
이러한 기능을 하는 돌기는 고양이 혀의 앞부분에 약 290개 돋아있다. 높이가 2.3㎜인 돌기는 입 안쪽을 향해 굽어 있다. 사람의 손톱과 마찬가지로 돌기의 성분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다. 돌기는 고정되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여 뭉친 털을 풀기 쉬운 구조였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돌기 밑바닥과 끝에 공간이 있음을 밝혔다. 털 고르기를 하는 돌기의 윗부분은 주걱처럼 생겼다. 연구자들은 “이런 구조가 털 밑의 피부에 침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식물성 색소를 이용한 실험에서 돌기에 닿은 액체는 0.1초 안에 돌기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스며든 액체는 돌기 속에 안정적으로 갇혀 있다가 피부에 닿는 순간 흘러나왔다.
돌기에 갇히는 침의 양은 모두 0.0041㎖로 눈물 방울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했다. 혀에 고이는 침의 5%가 돌기 속 빈 곳에 스며든 뒤 그루밍 동작과 함께 피부에 발라졌다. 이는 무엇보다 체온 조절에 핵심적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의 체온은 39도에 이른다. 이중의 털로 덮여 있는 데다 땀구멍은 발에만 있다. 연구자들은 “고양이가 피부에 침을 바르는 것만으로 피부의 온도를 털 외부보다 최고 17도 떨어뜨린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며 “침의 5%를 바르는 것으로 몸에 필요한 열 조절의 25%를 달성한다”고 밝혔다.
침을 털 깊숙한 피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혀 돌기 모습. 속이 빈 주걱 모양을 하고 있다. 타렌 카터, 조지아공대 제공.
침은 몸의 청결에도 기여한다. 침에는 피 등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 피부를 깨끗이하는 데 꼭 필요하다. 문제는 일부 고양이 품종은 육종 과정에서 털이 너무 길어져 자신의 힘으로는 침을 피부에 묻히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페르시안 품종이 그런 예라며 “수의사의 권고대로 이 품종의 고양이는 매일 빗질을 해 주고 매달 목욕을 시켜, 피부의 천연 기름 성분이 고루 퍼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3D 프린터로 고양이 혀를 흉내낸 브러시를 개발했더니 훨씬 쉽게 고양이 털을 빗질하고 빗어 낸 고양이 털을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런 브러시를 이용해 고양이 피부에 청결액이나 약물, 또는 알레르기 대체 물질을 바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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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73/
pnas
.1809544115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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